메르세데스 벤츠가 미래 자동차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3세대 CLA를 공개했다. 2013년 첫 선을 보이며 '입문형 럭셔리 4도어 쿠페' 시장을 개척했던 CLA는 이번엔 최첨단 전기 파워트레인과 인공지능 기술로 무장해 프리미엄 전기차 경쟁의 판도를 바꿀 준비를 마쳤다.
신형 CLA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전기차 모델에 적용된 '래디언트 페이스 패널'이다. 전통적인 그릴을 대신한 이 패널에는 142개의 LED 조명점이 야간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며, 중앙에는 조명이 들어오는 스타 엠블럼이 위치했다. 헤드라이트는 얇은 LED 스트립으로 이어졌으며, 옵션으로 제공되는 멀티빔 LED 헤드라이트는 메르세데스 스타 형태의 주간주행등을 탑재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했다.
화려한 전면부와 달리 차량의 측면과 후면은 상대적으로 절제된 디자인을 유지했다. 유선형 차체와 공기역학을 고려한 플러시 도어 핸들 덕분에 공기저항계수는 동급 최고 수준인 0.21을 달성했다. 차체는 전장 4,722mm로 이전 모델보다 41mm 늘어났고, 휠베이스는 61mm 증가한 2,789mm로 확대되어 앞좌석 공간이 넓어졌다.
실내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디지털 기술로 가득 채워졌다.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세 개의 대형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MBUX 슈퍼스크린'이다.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 14인치 중앙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14인치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실내를 장악해 마치 우주선 조종석을 연상케 한다.
초기 CLS가 보여주었던 우아한 나무 트림과 가죽의 조화로운 고급스러움보다는 현대적 디지털 감성에 무게를 둔 점이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럭셔리 브랜드 특유의 감성적 요소보다 기술적 진보에 초점을 맞춘 메르세데스의 전략적 선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기 모델은 71리터 용량의 전방 트렁크(프런크)를 추가로 갖추고 있으며, 후방 트렁크는 405리터의 적재 공간을 제공해 실용성을 높였다.
신형 CLA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4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MBUX 가상 어시스턴트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메르세데스 스타 형태의 '살아있는 아바타'로 구현된 것이다.
이 시스템은 OpenAI의 ChatGPT4o, 마이크로소프트 Bing, 구글 Gemini의 AI 기술을 통합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구글 Gemini는 내비게이션 관련 질문에 특화되어 있으며,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구글 맵을 기반으로 한다.
AI 기술을 대대적으로 도입한 배경에는 테슬라를 비롯한 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메르세데스의 의도가 읽힌다. 하지만 이러한 복잡한 첨단 기술이 실제 운전 환경에서 얼마나 직관적이고 유용하게 작동할지는 실제 사용자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출시 초기에는 'CLA 250+ with EQ Technology'와 'CLA 350 4MATIC with EQ Technology'라는 두 가지 전기 모델이 선보인다.
기본형인 CLA 250+는 후륜구동 방식으로, 후방에 장착된 전기모터가 268마력(200kW)과 335N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의 가속은 약 6.6초가 소요되며, 최고 속도는 209km/h로 제한된다. WLTP 기준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792km에 달한다.
상위 모델인 CLA 350 4MATIC은 듀얼 모터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췄으며, 합산 출력은 349마력(260kW)과 515Nm의 강력한 토크를 발휘한다. 0-100km/h 가속은 4.8초로 단축됐고,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771km를 기록한다.
두 모델 모두 85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최대 320kW의 DC 급속 충전이 가능한 800V 전기 아키텍처를 갖췄다. 이 기술 덕분에 10분 충전으로 최대 325km의 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충전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메르세데스는 향후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 모델들은 1.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1.3kWh 배터리,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에 통합된 전기 모터를 갖출 예정이다.
신형 CLA는 기술적으로는 진일보했지만, 화려한 디스플레이와 AI 기술 뒤에 가려진 자동차 본연의 감성은 다소 희석된 모습이다. 13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전기차 시대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메르세데스의 고민이 신형 CLA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소비자들은 이제 자동차 구매 시 주행 성능과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경험과 지속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메르세데스가 신형 CLA를 통해 보여준 혁신이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지, 그리고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로서 메르세데스의 미래 전략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