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최근 공개한 'ID.Every1' 콘셉트카 발표 현장에서 의미심장한 배경음악이 울려 퍼졌다. 퀸과 데이비드 보위의 명곡 '언더 프레셔(Under Pressure)'였다. 우연인지 의도적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 폭스바겐의 시장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는 선곡이었다.

'국민차'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폭스바겐의 전기차 라인업은 그동안 고가형 모델에 집중돼 왔다. 현재 판매 중인 ID.3는 독일 기준 3만3,330유로(한화 약 5,200만원)부터 시작해 일반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소형 전기차 'e-up!'은 주문이 밀려 대기 시간이 16개월까지 늘어나자 결국 생산을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바겐은 뒤늦게 저가형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ID.Every1 콘셉트로 선보인 ID.1은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며, 약 2만 유로(한화 약 3,100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전인 2026년에는 2만5,000유로(한화 약 3,900만원)의 ID.2가 먼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폭스바겐의 이러한 행보는,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전기차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뒤늦은 대응이라는 평가다. 경쟁사인 르노는 이미 전기차 버전의 '5 수퍼미니'와 더 저렴한 '트윙고'를 2026년까지 출시할 계획을 발표했다.

새로운 전륜구동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ID.1과 ID.2는 2027년까지 두 개의 추가 모델도 파생시킬 계획이다. ID.2는 특히 핫해치와 크로스오버 버전으로도 출시될 예정이어서 라인업 확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압박감' 속에서 저가형 모델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인 폭스바겐이 '국민차'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이번 전략이 성공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는 9세대 골프마저 완전 전기차로 전환하는 더 큰 도전이 폭스바겐을 기다리고 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강자에서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거듭나기 위한 폭스바겐의 '압박 속' 질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