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의 기술력이 독일 본고장에서 다시 한 번 입증됐다. 기아 EV9이 까다로운 독일 자동차 전문지 평가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볼보 등 유럽 명품 브랜드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빌트'가 지난 4월 실시한 전동화 대형 SUV 비교 평가에서 기아 EV9은 볼보 EX90과의 직접 대결에서 승리했다. 바디·편의성·파워트레인·주행성능·커넥티드·친환경성·경제성 등 7개 부문 종합 평가에서 EV9은 589점을 기록해 571점의 EX90을 18점 차로 앞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능 차이다. EV9의 최고출력(283kW)이 EX90(300kW)보다 17kW 낮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속력에서는 오히려 앞섰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시간이 EV9은 5.2초, EX90은 5.8초였다. 시속 80㎞에서 120㎞로 치고 나가는 추월 가속에서도 EV9이 3.5초로 EX90(3.7초)을 0.2초 앞섰다.
연비 효율성은 더욱 압도적이었다. 실주행 전비에서 EV9은 100㎞당 27.9kWh를 기록해 EX90(33.5kWh)보다 약 20% 우수했다. 급속충전 시간도 EV9이 24분으로 EX90(32분)보다 8분 단축됐다. 아우토 빌트는 "혁신적이면서 실용적인 전동화 3열 SUV"라고 EV9을 평가했다.
앞서 지난해 독일의 또 다른 권위지 '아우토 자이퉁'이 실시한 비교 평가에서도 EV9은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아우디 Q8 e-트론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5개 평가 부문 중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총 3353점으로 EQS SUV(3317점), Q8 e-트론(3233점)을 눌렀다.
가격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국내 시장에서 EQS SUV와 Q8 e-트론은 EV9보다 1.5~2배 가까이 비싸다. 아우토 자이퉁은 "EV9은 독일 프리미엄 전기차와의 비교에서 우승할 자격이 충분하다"며 "가격 경쟁력과 우수한 성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극찬했다.
EV9의 글로벌 인정은 각종 시상식에서도 확인된다. 세계 3대 자동차 어워드인 '2024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차'와 '세계 올해의 전기차' 2관왕에 오른 것을 비롯해 북미·독일·영국 등 주요 권역 '올해의 차'를 잇달아 수상했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세계 3대 디자인상인 iF 디자인 어워드 금상,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최우수상, IDEA 디자인 어워드 금상을 모두 석권했다. 안전성 평가에서는 미국 IIHS의 최고 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 유로 NCAP '5스타', 한국 KNCAP '1등급'을 모두 획득하며 글로벌 안전 기준을 충족했다.
이 같은 성과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술력의 결실로 분석된다. EV9은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501㎞의 주행거리와 400V/800V 멀티 초급속 충전 시스템을 구현했다. 한국 전기차가 독일 본토에서 유럽 명품 브랜드들을 제치고 인정받은 것은 우리 자동차 산업의 기술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